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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기(개인기록)

바람 속 달리기 명상 — 낙엽 한 장에 담긴 삶의 전부

by 내면치유 2025. 11.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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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기

맞바람과 낙엽에서 화엄의 연결을 인지한 아침 달리기 기록입니다.

안내 · 목차
  1. 맞바람과 몸의 리듬
  2. 낙엽 한 장이 전해준 순리
  3. 길 위에서 배운 것들(흙먼지와 조건)
  4. 화엄사상, 작은 것 속의 전체
  5. 달리기라는 명상과 자기 인지
  6. 마무리

1. 맞바람과 몸의 리듬

2025년 11월 2일 아침 9시 50분, 준비운동을 마치고 천천히 달리기를 시작했습니다.

맑게 열린 하늘은 마음을 시원하게 비워주었고, 드문드문 떠가는 하얀 구름은 태양을 잠시 가리며 더없이 고요한 장면을 만들어주었습니다.

그러나 오늘의 바람은 거셌습니다. 맞바람을 정면으로 받을 때마다 온몸의 근육이 저항하며 앞으로 나아가야 했고, 자연스럽게 숨은 더 거칠어지며 평소보다 에너지가 더 빠르게 소모되는 듯했습니다.

바람과 마주하는 동안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바람은 모습도, 형태도 없습니다. 저희가 ‘바람’이라 이름 붙였기에 부르는 것일 뿐, 눈에 보이지 않는 세계의 일부에 가깝습니다.

그럼에도 분명 존재하고, 느껴지며, 삶에 영향을 줍니다. 겉으로는 아무것도 없는 듯 보여도 그 안에는 수많은 움직임이 숨어 있습니다. 영적세계 또한 그와 같습니다.

2. 낙엽 한 장이 전해준 순리

한 장의 낙엽이 바람에 실려 와 팔을 스치며 바스러지는 순간이 있었습니다. 봄과 여름엔 싱그럽고 탄탄하던 잎도 계절이 바뀌면 수분을 잃고 나무에서 떨어져 나갑니다.

그 모습을 바라보니, 사람의 삶과 닮아 보였습니다. 아무리 활기차고 빛나던 순간도 때가 되면 저물고, 때로는 놓여나야 한다는 순리를요.

과학적 설명은 충분히 가능하겠지만, 그 앞에 서 있으니 마음 한켠이 고요해지며 숙연함이 일었습니다.

3. 길 위에서 배운 것들(흙먼지와 조건)

걷는 길 위의 풍경 또한 다르지 않았습니다. 보도블록과 아스팔트, 수많은 발걸음이 스쳐 지나가는 길은 평소에는 텅 비어 보입니다.

그러나 바람이 일기 시작하면 흙먼지가 곧잘 일어납니다. 삶 역시 그러합니다.

아무렇지 않게 지나친 시간들, 대수롭지 않게 넘겼던 일들, 잊어버린 기억들이 어느 순간 바람처럼 다가온 하나의 사건과 조건을 만나 마음을 흔들어 놓습니다.

그 바람은 때로 고통으로, 때로 기쁨으로 다가오며 저희를 성장하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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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화엄사상, 작은 것 속의 전체

이런 현상들은 불교의 화엄사상에 잘 드러나 있습니다. 화엄사상은 『화엄경』을 바탕으로, 하나와 전체가 서로를 비추며 막힘 없이 연결된다는 통찰을 전합니다.

  • 일즉다·다즉일(一卽多·多卽一): 하나 속에 전체가, 전체 속에 하나가 들어 있습니다. 낙엽 한 장에도 계절의 순환과 생명의 리듬이 온전히 스며 있습니다.
  • 인드라망(因陀羅網): 서로를 비추며 연결된 관계망의 비유입니다. 한 번의 호흡, 한 걸음의 리듬이 하루 전체에 파장을 전합니다.
  • 사사무애(事事無礙): 현상들 사이에 본질적 장벽이 없습니다. 맞바람의 저항이 곧 시원함의 조건이 되듯, 어려움과 편안함이 분리되지 않습니다.
  • 연기(緣起): 모든 것은 인연과 조건에 의해 일어납니다. 흙먼지의 일어남처럼, 마음의 움직임도 조건을 만나 피어납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나뭇잎이 부서져 사라져도 그 속엔 세상의 전부가 담겨 있습니다.

작은 것의 소멸은 공백이 아니라 전체의 리듬 속으로의 귀환입니다. 달리기의 한 걸음, 바람의 한 결이 그렇게 저희의 하루와 마음 전체를 비추고 있습니다.

5. 달리기라는 명상과 자기 인지

돌이켜보면, 달리기는 삶을 품은 하나의 명상과 같습니다. 맞바람이 힘겨운 순간을 지나 땀이 흐르기 시작하면, 몸은 오히려 시원해지고 더 멀리 달리고 싶은 에너지가 솟아납니다.

오늘도 그 흐름에 몸을 맡기다 보니 어느새 90분이 지나 있었습니다.

달리기는 저를 저에게 데려다 놓습니다. 혼자만의 시간 속에서, 내면에서 일어나는 생각과 감정이 또렷이 떠오릅니다.

저는 지금 어떤 마음으로 달리고 있는지,

왜 이런 감정이 일어났는지,

어제는 왜 그 생각에 집착했는지,

그리고 왜 누군가를 설득하려 했는지.

달리는 시간은 그 질문들을 억지로 풀어낼 필요가 없습니다. 그저 나와 함께 달리고, 그저 바라보면 흘러갑니다.

숨결과 발걸음 사이에 고요가 스며들고, 마음은 조금씩 정돈됩니다.

달리며 만난 바람이 제게 이렇게 일러주는 듯했습니다. “나뭇잎이 부서져 사라져도 그 속엔 세상의 전부가 담겨져 있습니다.” 그 바람 속에서, 저는 저를 다시 한번 인지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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