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기(개인기록)

20250807달리기(내면의 영화가 시작된 날)

내면치유 2025. 8. 7. 1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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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807달리기

 

 
오늘 달리기를 하던 중, 왼쪽 팔이 없으신 한 분을 마주쳤습니다.

그 순간, 내 안의 어떤 스위치가 눌린 듯,
잊고 있던 기억들이 갑작스레 깨어났습니다.
 
그 장면은 하나의 트리거가 되어,
과거의 아픈 일들이 일순간에 내면의 스크린에 투영되기 시작했습니다.

나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한 편의 영화가 상영되었고, 그 영화는 끝날 때까지 멈추지 않았습니다.
 
나는 그저 관람해야만 했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20대까지 불의의 사고로 왼쪽 눈에 영구적인 시력 손실과 안구운동 장애를 입고, 여러번에 걸친 대수술에도 회복되지 못한 채, 결국 장애인으로 살아가야 했던 내 삶.
 
그 사고가 일어났던 순간부터, 중고등학교 시절 겪었던 차별과 외면, 사람들의 시선과 말들, 심지어 가족들조차 모르는 수차례의 극단적 선택 시도까지 그리고 어느 순간부터 마주하게 된 영적 세계와의 충돌.
 
그 모든 기억들이 장면 장면 너무도 선명하게 내면의 스크린 위에 펼쳐졌습니다.
 20대에 들어서면서는 본격적인 영적 세계의 대 혼돈이 시작되었습니다.

나도 모르게 받아 적는 정체불명의 글자들과 말들. 그 모든 것이 스스로에겐 설명되지 않는 실현으로 다가왔고, 그 속에서 나는 '살아간다'는 것이 무엇인지조차 알 수 없을 만큼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황폐해져 갔습니다.
 
오늘 나는 분명히 달리고 있었지만, 내면은 과거의 그 시절에 멈춰 서 있었습니다.
그리고 나는 그 모든 장면을, 침묵 속에서 바라보는 한 사람의 달리고 있는 관객이었습니다.
 
예전에는 오로지 고통으로만 기억됐던 그 시간들이었지만, 오랜 세월 수행을 통해 마음이 다소 안정된 지금의 나로서는 그 기억이 더 이상 내면의 큰 요동을 일으키지 않았습니다.

그 고통과 경험들이 없었다면, 나는 내면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현상들을 이토록 깊이 바라보지도 못했을 것입니다.
 
어떻게 살아가야 나에게 진정한 행복이 되는지를 진지하게 묻고 찾아다닐 수 있었던 것도 결국은 그 모든 아픔 덕분이었습니다.
 
그 시절은 나를 만든 ‘깨달음의 씨앗’이었고, 텅 빈 내면을 다시 채울 수 있도록 해준 시간입니다.
그리고 이제, 그 시간을 따뜻하게 마주할 수 있어 참 고맙고 행복합니다.
 
그 시절의 나에게 조용히 다가가 말해주고 싶습니다.
“많이 힘들었지. 수고했어. 그리고 참 잘 버텼다. 난 세상 누구보다 널 사랑한다. ”
 
어쩌면 우리는 모두 자신만의 ‘장애’를 안고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겉으로 보이는 장애뿐만 아니라,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하는 상처와 결핍, 감추어진 불안과 공허를 가슴에 품고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사람들.
 
그 상처들은
어떤 이의 모습이나 말 한 마디에 다시 깨어나기도 하고, 또 다른 순간엔 조용히 꿰매지기도 하며 우리의 삶 속에 묵묵히 숨 쉬고 있습니다.
 
오늘, 나는 달리기를 하며 그 상처와 다시 마주했습니다.
하지만 이번엔, 그 아픔을 조금 더 따뜻하게 바라볼 수 있었고, 무엇보다 이제는 내가 나를 안아주는 법을 알고 있기에, 오늘은 참 고맙고도, 행복한 날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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