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을 품는 이 새벽

고통과 맞서지 마십시오.
아픔과 겨루지 마십시오.
칼날로 칼날을 막으면 손끝 먼저 피가 납니다.
고통을 받아들이십시오.
아픔을 인정하십시오.
그 순간, 우리는 노예의 사슬을 풀고
자신의 마음을 스스로 거느리는 주인이 됩니다.
세상사 많은 일들이 ‘맞섬’에서 시작되지만,
맞섬은 때로 파도와 파도가 서로 부딪쳐
더 큰 물살을 만드는 일과 닮았습니다.
그러니 오늘은 한 걸음 물러나
바람이 지나가는 길을 열어 주십시오.
파도는 스스로의 무게로 가라앉고,
먼지 또한 제 때에 가라앉습니다.
기다림은 도망이 아닙니다.
기다림은 마음에 잔잔한 그릇 하나 내어놓고
비가 그치기를, 물결이 고요해지기를,
그저 숨으로 숨을 씻어내는 일입니다.
그리고 기억하십시오.
그 고통과 아픔을 건너온 삶의 여정이
누군가에게는 단비요, 오래 기다린 희망이 됩니다.
당신의 상처 위로 핀 작은 등불 하나가
먼 길을 잃은 이의 새벽을 밝힐지 모릅니다.
흉터는 부끄러움의 표식이 아니라
배움의 지문입니다.
지문이 사람을 식별하듯,
흉터는 우리가 지나온 길을 증언합니다.
잊는 일이 치유가 아니라,
흔적과 함께 숨 쉬는 법을 익히는 일이 치유입니다.
그러다 보면 어느 날,
몸 안의 돌부리가 흙으로 부드러워지고,
가슴의 모래바람이 서서히 멎으며,
그 위에 아주 작은 새싹이,
보이지 않는 속도로 고요히 올라옵니다.
성장은 환호보다 침묵을 닮았습니다.
누구도 대신 걸어 줄 수 없는 길을
당신의 발로 끝끝내 걸어 나온 뒤에야
문득 알게 됩니다.
아, 나는 나의 주인이었구나
그러니 오늘은 다만,
숨이 들어오고 나가는 그 사이
한 줌의 고통을 품에 안고
하늘의 빈 자리만큼 마음을 비우십시오.
고통은 지나갑니다.
지나간 뒤, 그 자리에는
당신의 시간, 당신의 이름, 당신의 빛이 남습니다.
그리고 언젠가,
당신이 남긴 발자국은
또 다른 누군가에게 길이 될 것입니다.
그 길 위에서 우리는 서로의 등불이 되어
조용히, 그러나 또렷이
하나의 새벽을 나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