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은 Fiction입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영적 경험을 바탕으로 쓰인 것이며, 모든 이에게 똑같이 적용되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겨울의 공기는 유난히 차가웠습니다. 그날, 어머니께서 임종하셨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언젠가 이별의 순간이 올 것을 마음 깊이 알고 있었지만, 막상 그 소식을 들었을 때 가슴 속에서는 조용한 파문이 번졌습니다.
그러나 저는 울 수 없었습니다.
가족들이 흐느끼는 자리에서조차 냉정을 지켜야 했습니다.
그 이유는 ‘천서(天書)’—하늘의 뜻이 담긴 글을 받아 적는—의무가 제게 있었기 때문입니다. 마음이 흔들리면 하늘의 기운이 흐트러지고, 천서는 완성될 수 없습니다.
저는 눈을 감고 호흡을 가다듬었습니다. 내면에서는 슬픔과 그리움이 소용돌이쳤지만, 그 장면들을 차분히 바라보았습니다.
시간이 흐르자 마음은 고요한 호수처럼 잔잔해졌고, 비로소 준비가 되었다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장례식장에 도착한 저는 조용히 영정 앞에 앉았습니다. 화선지를 펼치고 붓과 벼루를 정갈히 놓은 뒤, 하늘의 기운이 내려오기를 기다렸습니다.
잠시 후, 그 기운이 제 안으로 스며들었습니다. 저는 숨을 고르며 붓을 들어 한 자 한 자 천서를 적어 내려갔습니다.
여러 시간. 묵향 속에서 어머니를 위한 글이 완성되었습니다.
다음 날 입관식에서, 저는 천서를 관 안에 조심스레 넣어드렸습니다. 그것이 어머니의 ‘천도(遷度, 영혼이 편안히 다음 세상으로 나아가는 것)’ 준비였습니다.
화장장에서 어머니의 육신을 보내드린 순간, 제 눈앞에 살아생전 가장 빛났던 모습의 어머니가 나타났습니다.
‘해원(解寃)’—영혼이 한과 억울함을 풀고 편안해지는 과정—의 순간이었습니다.
어머니는 50대 시절, 가장 행복하고 평온했던 모습이었고, 환하게 웃으며 천서를 품고 저승으로 향하셨습니다.
이미 천도가 이루어졌기에 더 이상의 종교의식은 필요 없었습니다.
그 모든 과정은 제 힘으로 감당해야 했고, 감정의 파도에 휩쓸리지 않기 위해 많은 수행과 명상에서 배운 힘이 필요했습니다.
그렇게 어머니께 드린 천서는, 자식으로서 할 수 있는 가장 크고 순수한 마지막 봉양이었습니다.
마무리
이별은 슬픔이지만, 그 속에는 평온이 함께 있습니다.
저에게 그 평온은, 하늘의 글을 전해드렸다는 깊은 안도감 속에서 피어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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