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은 날씨가 흐리고 습도가 매우 높아, 달리기를 시작하기도 전에 땀이 마치 비처럼 흘러내렸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음만큼은 가볍고 기분이 매우 좋았습니다.
준비운동을 하던 중, 우연히 편의점 앞 파라솔 아래 자리한 나무 탁자에서 맥주를 나누며 담소를 나누시는 네 분의 아주머니들을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웃음소리가 주변을 가득 채울 만큼 유쾌한 분위기였고, 그 모습은 참으로 정겹고 보기 좋았습니다.
달리기를 시작하자, 계절의 변화가 문득 시야에 들어왔습니다. 벌써 가을이 다가온 것인지, 곳곳에 나뭇잎들이 떨어져 있었고, 한편에서는 풀이 서로 키를 겨루듯 무성하게 자라고 있었습니다. 생명과 이별이 공존하는 풍경 속에서, 잠시 발걸음을 늦추며 사색에 잠기게 되었습니다.
조금 더 달리다 보니, 벤치에 앉아 있는 연인 한 쌍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두 분 모두 운동복 차림이었는데, 운동을 마친 후인지 혹은 시작 전인지 분간할 수는 없었습니다. 다만 두 사람은 주변을 의식하지 않은 채 애정 표현을 거리낌 없이 나누고 계셨습니다. 순간, 제 나이에서는 다소 낯설게 느껴지는 장면이라, 가볍게 고개를 돌린 채 발걸음을 재촉하였습니다.
그 즈음, 시원한 바람이 불어왔고, 온몸에 맺힌 땀이 마르며 상쾌함이 스며들었습니다. 무더운 날씨 속에서 맞는 바람 한 줄기는 마치 자연이 건네는 작은 위로 같았고, 그로 인해 몸과 마음이 동시에 가벼워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어 또 다른 벤치에서는 연세 지긋하신 할머님 네 분께서 담소를 나누고 계셨습니다. 거리가 제법 떨어져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말씀소리가 뚜렷이 들렸습니다.
“이번에 아들놈이 돈을 얼마 줬는데 말이지…”
자식 이야기를 나누시며 때로는 서운한 감정도 솔직히 털어놓으시는 모습이 인상 깊었습니다. 그 광경을 지켜보며, 언젠가 나 역시 그와 같은 시간이 올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마음 한켠을 스쳐 지나갔습니다.
그리고 오늘 가장 깊은 인상을 남긴 장면은, 한 아버지와 딸의 모습이었습니다. 달리기를 할 때마다 종종 마주치는 부녀인데, 거동이 불편하신 아버지 곁을 딸이 다정히 부축하며 함께 걷고 계셨습니다. 그 모습을 볼 때마다 가슴이 저릿해지면서도, 인간애가 깃든 진한 따뜻함이 전해져 옵니다. 말없는 헌신, 조용한 사랑이 묻어나는 그 풍경은, 하루를 살아가는 데 있어 큰 울림을 주는 순간이었습니다.
운동을 마무리하려던 그때, 강가 모퉁이에 무리를 지어 서 있는 백로들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고요한 강물 위에 선 하얀 새들의 모습은 그 어떤 소란도 잦아들게 만드는 평화로움 그 자체였습니다. 저는 그 풍경을 바라보며 마음을 가다듬고, 오늘의 달리기를 아주 천천히 마무리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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